고건축 김흥규님 큰 처남 설정스님과 함께!

2003/05/28 운영자:kimilrang@hanmail.net (011-289-8814)작성

불기 2544년 9월 6일 285호
【산문밖의 선】인간문화재 전흥수대목장
땀으로 인내로 고건축 계승 40여년
사재 130억 들여
고건축박물관
98년 1차 개관
2002년 완공
손 거친 목조건물
연주암·망월사등
총면적 5만여평

◇전 관장이 사재 130여억원 들여 건립중인 한국고건축박물관 전경.
‘목수 치고 제집 가진 사람 없다.’
8월22일 인간문화재 대목장(大木匠) 74호로 지정된 국내 고건축의 거목(巨木) 전흥수씨에게 이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오는 2002년 완공되는 국내 최초의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사재 130여억원을 들여 손수 짓고 있는 목수이기 때문이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 덕숭산 수덕사를 우로 비껴 차로 5분 정도 내달리면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고건축물들이 버티고 서 있다.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강릉 객사문을 그대로 본떠 만든 정문을 지나 전시관에 들어서면 실물 크기의 10∼20% 모형으로 재현된 국보 제1호 숭례문, 국보 제15호 봉정사 극락전, 국보 제18호 부석사 무량수전 등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국보와 보물 200여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전시물은 건축재료를 빠짐없이 축소해 짜맞춘 것으로 기와, 흙벽, 단청 없이 목조 얼개로만 돼 있어 건축물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못 하나 쓰지 않고 재료를 모두 새기고 파서 짜맞추는 우리 전통 건축물이고 보면 이렇게 나무의 맨살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우리 전통 건축물의 참 멋을 잘 나타내고 있다.

뼈대가 훤히 드러난 건물 모형에는 작품설명과 함께 곳곳에 배흘림기둥, 공포 등 각 나무 재료들의 기능을 설명하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국사 교과서에서 무조건 외우기만 했던 전통건축 용어와 한국 건축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5000여평의 부지에 98년 10월 1차 개관한 이 박물관은 현재 본관, 제1전시관 등 6개 동이 개관돼 있고 양반 사대부집, 초가 삼간 등을 더 지어 2002년 완공할 예정이다.

한국의 미를 응축해 놓은 한국고건축박물관. 40여년간 고건축 하나만 부여잡고 열정과 혼을 불어넣으며 장인의 삶을 살아 온 전흥수 관장(62)이 고향에 세워 놓은 자기 인생의 회향물(回向物)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아름다움이 전수되지 못하고 당대에 끝나고 마는 것을 항상 가슴아프게 생각해 오던 중 고건축 분야만이라도 그 기능과 기법을 전승하는데 기여하고자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40년의 목수 일로 ‘인간문화재’라는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른 전 관장이 고건축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약관 18세. 당시 대목으로 널리 알려진 부친 전병석씨에게 일머리를 배웠다.

3남 6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전 관장은 보릿고개의 가난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다섯 살 아래인 동생(前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설정스님)을 가난으로 속세를 떠나보낸 고통과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한 상처가 불량스런 사춘기를 낳기도 했다.

21세 되던 해 전 관장은 방황을 접고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고건축 일에 뛰어 들었다. 부친이 대목이었던 인연으로 대목장 故 김중희씨를 만나 고건축의 미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전 관장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사현장에서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배우는 속도가 빠른 그를 견제하고 쫓아내려는 선배들의 주먹질도 숱하게 이겨내야 했지만, 오로지 불심과 전통문화를 이어가겠다는 집념으로 고행길을 이겨냈다.

“배우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내 일이 아닌가 하는 회의도 많이 들었고 돈 되는 일에 대한 유혹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목재가 쌓여 법당의 형태로 만들어져 가는 것에 심취한 나를 발견했을 때는 무척이나 환희심에 젖었습니다.”

전 관장은 이 때 좋은 나무를 선택하는 방법 등 고건축의 기초부터 하나하나를 튼실하게 배울 수 있었다. ‘15년이 지나야 자를 잡는다’(독자적인 설계와 건축이 가능하다는 뜻)는 고건축 목공기술을 그는 배운지 10년만인 31세에 자립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선조들의 품격 높은 기(技)와 예(藝)를 그대로 재현해 내야 한다는 두려움과 중압감이 자립에 길에 들어선 그의 마음을 혼돈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중압감은 마치 화두에 몰두하던 수좌가 은산철벽(銀山鐵壁)에 가로막힌 것처럼 한동안 나무를 쳐다보는 것 조차 두려울 정도로 심한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런 그가 마음의 평정을 찾고 망치와 끌에 혼을 담을 수 있었던 데는 수덕사 대웅전이 큰 힘이 됐다. 백척간두진일보(百斥竿頭進一步) 하는 ‘죽어야 산다’는 심정으로 발심을 새롭게 하자,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사찰 고건축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이 옆에서 볼 때 혼이 나간 사람처럼 일념에 푹 빠져 전통기법을 연구하다 보니, 거기서 화두(話頭)가 깨쳐져 사자후(獅子吼)가 나온 셈이다.

전 관장이 전국을 돌며 본격적인 고건축 공사를 시행한 곳은 문화재는 물론 전국 주요 사찰 건물 등 수백건에 이른다.

난공사로 꼽히는 관악산 연주암과 도봉산 망월사를 비롯해 오대산 월정사 대웅전, 속리산 법주사 대웅전, 안동 용담사 대웅전 등 그의 손을 거쳐간 건축물이 전국에 산재한다. 그가 신축·보수한 전통 건물을 면적으로 따지면 5만여평은 족히 넘는다.

특히 전 관장이 신축한 서울·여주·포천 등 10여 채에 이르는 대순진리회관과 대진대학, 대전 엑스포 종각 건축은 그의 대표작으로 건축미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전 관장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건축물은 수덕사 대웅전의 양식을 그대로 재현한 수덕사 황화루다. 20여년 전 신축부터 최근 보전 수리작업에 이르기까지 직접 관여할 만큼 애착을 쏟아부었다. 문화재의 원형보전과 전통적인 기법을 고수하는데 주력해 온 그의 집념의 단편을 보여준다.

이제 그는 한국 고건축계에서 4명에 불과한 인간문화재 대목장이 되었다. 입문 당시 천대 받았던 직업이 이제 최고의 문화재 기능인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지난 90년부터 한국문화재보전수리기능인협회 회장을 10여년간 맡아 온 그는 최근 신흥수씨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상임고문을 맡아 일반인의 문화재 애호정신을 고취시키고 보전수리기능의 전승·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다.

그는 우리 문화유산의 보전과 전승에 기여한 공로는 물론 노인공경과 효 실천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 MBC와 한국전력공사가 공동주최한 ‘99 좋은 한국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예산군 ‘효 장학회’에 2000만원의 성금을 쾌척하고, 남 모르게 양로원 등에 쌀을 수시로 전달하는 등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실천해 왔다.

한 우물을 파는 뚝심과 배짱 그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점철돼 온 이 시대의 장인 전 관장의 마지막 불사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다.

“고건축박물관에 전통건축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전수장과 일반인을 위한 실습장을 만들어 청소년과 해외교포들에게 우리 문화의 얼과 문화를 체험하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이 싹트기 때문이죠.”(041)337-5877

글=김재경 기자(jgkim@buddhapia.com)
사진=고영배 기자(ybgo@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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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田興秀 한국고건축박물관장 부친상  
*田興秀 한국고건축박물관장.英秀자영업.得秀前조계종중앙종회의장.雪靖스님부친상=2일 충남 예산군 한국고건축박물관 발인 4일 오전 11시 (041)337-5877  
한국경제신문   2003-03-03 14: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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